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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론은 단순한 장르 분석을 넘어서 인간과 사회, 감정과 욕망의 무대를 꿰뚫는 렌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고전부터 브레히트의 정치극, OTT 시대의 심리학적 분석까지, 드라마는 늘 시대의 거울이 되어왔다. 이 글은 그 모든 흐름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드라마를 다시 보는 힘을 길러준다.
드라마는 왜 늘 인간을 이야기하는가
우리는 왜 드라마를 사랑할까. 단지 재미 때문만은 아니다. 누군가의 선택, 눈빛, 침묵 속에서 우리의 삶을 발견하고, 때로는 위로받고, 때로는 각성하기 때문이다.
그런 드라마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바로 ‘드라마 이론’이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론에서부터 브레히트의 서사극, OTT 시대의 캐릭터 서사까지 — 드라마 이론은 시대를 넘어 우리를 관통하는 이야기의 법칙을 밝혀낸다.
1. 고전 이론이 밝혀낸 드라마의 본질
(키워드: 아리스토텔레스)
드라마 이론의 뿌리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출발점은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다. 그는 “비극은 인간의 행동을 모방한다”고 말하며, 플롯이 인물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의 6요소를 정리했는데, 그것은 지금도 현대 드라마의 기초가 되는 프레임이다.
- 플롯 (Mythos): 이야기의 구조와 전개
- 성격 (Ethos): 인물의 성격과 관계
- 사고 (Dianoia): 주제와 메시지
- 언어 (Lexis): 대사, 표현
- 멜로디 (Melos): 음악, 음향
- 장면구성 (Opsis): 무대, 시각적 요소
특히 '플롯'은 기승전결의 전형적 구조를 넘어 '카타르시스'라는 감정 정화의 핵심 장치로 작동한다.
우리는 비극을 보면서 고통을 느끼고, 동시에 안도와 깨달음을 얻는다. 이것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본 드라마의 힘이다.
호라티우스는 여기에 ‘교훈과 즐거움’을 결합해야 한다고 보았고, 5막 구조와 규칙성을 강조했다. 그의 이론은 고전주의 연극과 문학 전통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고전 비극과 희극은 이 프레임 안에서 분석되며, 고전적 형식은 TV 드라마와 영화 속에도 살아 있다.
2. 브레히트와 체호프, 현실을 말한 사람들
(키워드: 서사극)
20세기 들어 드라마는 완전히 다른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표적인 대답은 브레히트의 서사극 이론과 체호프의 사실주의 연극에서 찾을 수 있다.
브레히트는 감정이입을 경계했다. 그는 ‘소외 효과(Verfremdungseffekt)’라는 개념을 도입하며, 관객이 무대 위 인물에 몰입하기보다 비판적으로 관찰하길 원했다.
왜냐하면 그는 드라마를 통해 사회 구조의 문제를 비판하고, 혁명을 이끄는 의식 변화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체호프는 일상의 디테일 속에서 진실을 발견했다. 그는 화려한 사건보다 감정의 미묘한 흐름과 관계의 숨결을 그렸다.
그의 작품에는 고함이나 폭력 대신, 조용한 대화와 짧은 침묵이 흐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더 깊은 슬픔, 갈등, 희망을 본다.
이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드라마가 ‘인간의 현실’을 다루는 방식을 확장시켰다.
관객은 더 이상 판타지에 머무르지 않고, 무대 위에서 자신의 삶과 사회를 마주하게 된다.
3. 오늘날, 드라마는 어떻게 읽히는가
(키워드: 현대 드라마)
21세기, 드라마는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이론의 세계로 진입했다. 이제 우리는 단순한 줄거리보다 구조, 젠더, 권력, 심리라는 키워드를 통해 드라마를 분석한다.
첫째,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는 드라마를 기호의 체계로 본다. 인물은 ‘현실의 인격체’가 아니라, ‘상징의 역할자’다. 이야기는 텍스트이며, 독자의 해석에 따라 끊임없이 의미가 생성된다.
둘째, 페미니즘 드라마 이론은 드라마 속 여성 인물이 전형화되는 방식, 혹은 배제되는 구조를 비판한다.
젠더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연기되는 것’이며, 드라마는 그 연기의 무대가 된다.
셋째, 포스트모던 이론은 드라마에서 장르 파괴, 내러티브 해체, 현실과 허구의 경계 흐림 현상을 주목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처럼 장르를 넘나드는 서사, 시공간을 왜곡하는 이야기 구조는 바로 이런 흐름 위에 있다.
넷째, 현대 드라마는 심리학적 도구를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캐릭터의 트라우마, 애착, 회피, 욕망 등은 단순한 ‘성격’이 아닌 ‘심리적 서사’로 분석된다.
이른바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트라우마 드라마 등은 인간 내면의 변화를 서사의 중심에 두고 있다.
OTT 시대의 드라마는 전통적 플롯 대신 인물 중심, 감정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시청자는 더 이상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함께 해석하는 공동 창조자로 변화하고 있다.
드라마를 다시 본다는 것의 의미
드라마 이론은 결국, 우리가 어떻게 인간을 보고 싶은가, 어떻게 사회를 이해하려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브레히트, 구조주의에서 젠더 이론까지 — 드라마 이론은 시대마다 인간을 다르게 바라보게 만들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드라마 또한, 이 긴 사유의 역사 위에 서 있다.
그러니 한 편의 드라마를 볼 때, 단지 재미로만 머물지 말자.
그 안에는 시대의 철학, 인간의 마음, 사회의 구조가 숨겨져 있다.
이제는 우리가 드라마를 읽는 사람이 되는 시간이다.